'노부모토'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01.16 [농부모토] 아이돌마스터 극장판 리뷰

극장판과의 만남

제가 아이돌마스터 극장판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것은 2013년 2월10일 일본의 도쿄 마쿠하리멧세 ‘아이돌마스터 윈터 뮤직페스티벌’ 라이브 공연장에서였습니다. 공연 막바지에 총괄 프로듀서 사카가미씨가 일종의 충격발표처럼 극장판 제작이 결정되었음을 알렸지요. 말그대로 ‘제작결정’이었을 뿐 등장 캐릭터나 제작중인 예고편 영상 같은 건 전혀 없었지만 라이브에 취한 프로듀서들은 광분과 환희의 도가니에 빠져 축하의 함성을 질러댔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2014년 2월, 저는 사이타마 슈퍼 아리나에서 하는 아이돌마스터 라이브 “MASTER OF IDOL”을 보기 위해 다시 일본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아이돌마스터 극장판을 상영중인 시기라 현지에서 합류한 프로듀서들과 당연히 약속이라도 한듯이 보러 갔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감상은

“좋구나, 그런데 길구나. 그리고 예상대로구나.”

세마디였습니다. 간단히 풀어보자면

1.좋구나 : 라이브 관람을 위해 3번째로 일본을 찾은, 명색이 프로듀서인데 큰 화면으로 화려하게 펼쳐지는 아이돌마스터의 영상을 보고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모두가 입을 모아 극찬하는 마지막 라이브 장면 ‘마스터피스’에서는 그야말로 황홀했습니다.

2.그런데 길구나 : 25분짜리 TV판 애니메이션 시청에 길들여진 덕후이다보니 2시간에 가까운 극장판은 아무래도 호흡이 너무 길게 느껴졌습니다. 평상시 90분~2시간 정도 되는 영화를 즐겨보시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지극히 개인적 이유입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새벽 비행기로 일본에 가느라 수면이 부족해서 중간에 신인들의 팀웍이 무너지면서 우울해지는 부분에서 사실 좀 졸았습니다[....].

3.그리고 예상대로구나 : 극장판 제작 발표를 들었을 때부터 예상했지만 TVA 13화의 발전형이 아닐까 기대했습니다. ‘라이브 공연을 해야겠는데 뭔가 잘 안되서 고생하다가 결국 그걸 극복하고 마지막에 화려하게 무대에서 모든 에너지를 발산하고 해피 엔딩으로 끝날거야!!’라는 저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족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9월 도쿄 라이브 공연을 보러간 김에 다시 ‘극장판 오디오 마스터’편을 다시 감상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블루레이가 발매된 후 한국에서도 2-3회 다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시호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본 정론과 하극상

극장판의 줄거리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리더인 하루카와 시호의 대립일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수준을 맞추지 못해서 잠적해버린 카나를 두고 같이 끌고 가야한다는 하루카와 시간이 없으니 안되는 사람은 빼놓고 준비해야 한다는 시호. 팬들 사이에서도 이 대립을 놓고 말이 많습니다. 긍정적인 편에서는 “나라도 그렇게 하겠다. 지극히 당연한 정론이다.”, 부정적인 편에서는 “신인 주제에(?) 너무 건방지다. 선배들을 무시한 하극상이다” 대략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두가지에 대해서는 전 어느 한쪽이 옳다고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학교든 군대든(!) 일터든 사람들이 함께 무언가를 하는 곳라면 이와 유사한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고 생각해보면 저 역시 하루카의 입장에도, 시호의 입장에도, 카나의 입장에도 서봤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극장판이 ‘아이돌의 이상적인 모습’을 광고 카피로 내걸었던 것을 생각하면 역시 정답은 하루카였다고 생각합니다. 기량이 다른 사람보다 떨어진다고 페널티를 주고 프로젝트에서 제외시키는 그런 안타까운 모습은 현실에서 어쩌나 겪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롭지 않습니까. 성과가 떨어지고 고민하며 풀이 죽어있는 사람에게 '잘해라, 열심히 해라, 너믜 부족한 점을 개선해라'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충고가 아닌 '왜 잠적했고 사람들을 피하는지 그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다. 연습이 늦어지고 시간을 뺏기더라도 그게 더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하는 리더. 학교나 직장, 어떤 곳에서라도 그런 리더를 만난다면 평생의 인생 선배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 될것입니다.


하루카는 과연 좋은 리더였는가?

하루카의 행동은 사실 납득이 되지 않는 면도 많습니다. 모두의 의견은 듣는거 같기도 하다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기도 하고, 민주주의적 해결방식인 다수결을 무시하고 자기 생각, 직감을 독단으로 밀어붙이는 독재자 같기도 합니다.

일단 카리스마 넘치는 권위적인 리더는 절대 아닙니다(각하라는 이명과 속의 사람의 압도적인 예능력과는 별개로[....]). 리더로서 부족할 때는 다른 구성원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모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설득해서 어느 한명 버리고 가지 않고 대통합(!)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멋진 리더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하루카는 극장판을 통해서 765프로덕션에 속한 한명의 아이돌을 넘어서, 삭막한 자본주의의 도시에서 느낄 수 없었던 인간미를 일깨워주는 인간미와 진솔한 커뮤니케이셔느이 아이콘으로 재탄생하지 않았나도 생각해봅니다. 다들 게임과 애니메이션에서 여러 아이돌들을 열심히 프로듀스했지만 극장판에서 만큼은 하루카가 관객(프로듀서)들의 마음을 프로듀스해준게 아닌가 싶은...


그리고, 마지막 라이브 공연

그리고 많은 P들이 입을 모아 찬사를 아끼지 않은 장면이 마지막 라이브 공연입니다. 한번 들으면 귀에 착 감겨서 흥얼거리게 되고 실제 라이브 회장에서 콜도 어렵지 않아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마스터피스'라는 음악은 말그대로 명작이었고 아름다운 작화로 그려진 캐릭터들이 나와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은 그야말로 눈이 즐거운 광경 그 자체였습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사이리움은 영화관이 아니라 내가 직접 라이브 공연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나도 모르게 해병대 박수를 칠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도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에 빨려들어가면서 아 이건 애니메이션이었지, 하면서 제정신을 차리기도 했습니다.

 

문제 제기

여러가지 좋은 얘기 위주로 썼지만 안팎으로 여러가지 문제,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듣거나 기억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내분과 하극상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서와 리츠코는 무엇하고 있었는가? 조율능력이 그다지도 없었는가?

2,프로듀서는 왜 미국으로 가는가? 가야하는 이유가 이야기적으로 충분한가?

3.밀리마스 아이돌들은 그렇게 고된 연습을 하고 고작 무대에서는 해병대 박수만 치고 끝나는게 말이 되는가?

4.등장인물 간의 비중 차이가 심하다.

5.라이브 장면은 왜 그렇게 뿌옇게 안개가 낀 것 처럼 나오는가? 


P의 해명

그리고 제 생각과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답변을 해보고자 합니다(혹시 제 답변에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1.프로듀서가 없더라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일부러 방치 플레이 했다.

2.아이돌마스터2에서 헐리우드 연수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엔딩에서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음을 암시하는 컷을 보여줬다.

3.작중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스터피스 말고도 여러곡을 선보였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격렬한 댄스를 충분히 선보였을 것이다.

4.극장판의 한계. TVA 때는 한화에 한명씩 집중적으로 띄워줄 수 있었지만 극장판에서는 핵심인물들 중심으로 가는 수 밖에 없다. 비중 골고루 챙겨주다간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기념비적 망작으로 남은 엑스(1999) 꼴이 난다(90분 동안 20명의 캐릭터를 띄워주느라 ‘다 죽었습니다’로 끝남).

5.실제 라이브 회장에서도 그렇게 하는데 무대효과, 특히 광선처럼 뻗어나가는 빛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공기중에 입자가 있어야 빛의 경로가 명확하게 나타난다. 틴들 현상(Tyndall phenomenon)에 대해 조사해보시라.

 

마치며

극장판은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따로 존재하는 별개의 영상이 아닙니다.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하고 얼마 안되서 개최된 SSA에서의 라이브 공연, 마지막 라이브 씬에서 함성과 영상 일부를 가져다 쓴 8주년 마쿠하리 멧세의 공연,  4달 뒤에 발매된 PS3용 게임 아이돌마스터 원포올, 3년전에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곧 방영을 시작할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즈 애니메이션 등과 전부 밀접하게 또는 조금씩이라도 관련되어 있고 알면 알수록 사소한 대사나 소품 하나 하나에서도 재미를 더 느낄 수 있습니다.

혹시 극장판으로 처음 아이돌마스터를 접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들께도 최소한 ‘엄청난 스릴이나 반전은 없지만 왕도에 충실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될 것이라 믿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